특허법상 미완성 발명 법리

이 글은 특허 보호의 근본 전제인 ‘발명의 완성’에 대한 특허법의 법리에 관한 것입니다.

1. 미완성 발명의 법적 위상과 판단 체계

대한민국 특허법에서 발명의 ‘완성’은 특허성의 첫 관문입니다. 단순 아이디어가 아닌,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한 성과만이 특허 보호 대상이 됩니다. 한국의 판례와 실무는 미완성 발명을 미국이나 유럽처럼 명세서 기재요건의 문제(실시가능요건 등)로 보지 않고, ‘발명의 성립성’ 자체를 부정하는 독특한 접근법을 취합니다. 즉, 미완성된 아이디어는 특허법 제2조 제1호의 ‘발명’ 정의에 부합하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제29조 제1항 본문이 규정하는 ‘산업상 이용할 수 있는 발명’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됩니다.

이는 미완성 발명의 하자가 추후 보정으로 치유될 수 없고, 선출원 지위도 인정받지 못하는 중대한 법적 효과를 낳습니다. 이는 ‘설명의 문제’가 아닌 ‘존재의 문제’로 취급됨을 의미합니다. 특허 심사는 (1) 비-발명(자연법칙 자체 등) 여부, (2) 미완성 발명 여부, (3) 신규성·진보성 등의 3단계 계층 구조로 이루어집니다.

2. 발명 완성 판단 기준의 변화: 2017후523 판결의 영향

과거 법원은 발명의 완성을 “통상의 기술자가 반복 실시하여 목적하는 기술적 효과를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엄격하게 판단했습니다. 이는 발명의 재현성과 효과의 확실성을 강하게 요구하는 기준이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2017후523 판결은 이 기준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대법원은 발명의 완성을 “통상의 기술자가 반복 실시할 수 있고, 발명이 목적하는 기술적 효과의 달성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 객관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면” 충분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판결은 효과를 완벽히 ‘입증’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 출원 당시 기술 수준에서 효과 발생을 ‘예상’할 수 있으면 된다는 방향으로 기준을 완화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는 초기 단계의 기술 혁신을 장려하는 취지이지만, ‘예상’이라는 주관적 요소의 개입으로 법적 분쟁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3. 미완성 발명과 명세서 기재불비의 핵심적 구별

두 개념은 법적 성격과 효과가 판이하여 구별이 매우 중요합니다.

미완성 발명: 발명 자체의 실체적 흠결로, ‘발상(conception)의 결함’에 해당합니다. 이는 보정으로 치유가 불가능하며, 선출원 지위도 인정받지 못합니다.

명세서 기재불비: 발명은 완성되었으나 설명이 미흡한 형식적 흠결로, ‘설명(description)의 결함’에 해당합니다. 이는 원칙적으로 보정을 통해 치유될 수 있으며 선출원 지위도 유지됩니다.
심사 과정에서 거절 이유가 둘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파악하는 것은 출원인의 대응 전략 수립에 결정적입니다.

4. 국제적 비교: 각국의 상이한 접근법

미국: 특허법 제112조의 ‘실시가능요건(Enablement)’과 ‘발명의 설명 기재요건(Written Description)’으로 규제합니다. 특히 바이오 등 예측 불가능한 분야에서는 ‘과도한 실험(undue experimentation)’ 없이 청구항 전 범위를 실시할 수 있도록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며, Amgen v. Sanofi 판결 등에서 넓은 속(genus) 청구항을 무효화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유럽(EPO): 유럽특허협약 제83조의 ‘충분한 공개(Sufficiency of Disclosure)’ 요건을 통해 심사하며, 특히 의약 발명에서 기술적 효과의 ‘신뢰성(Plausibility)’을 요구합니다. 청구항의 전 범위에 걸쳐 실시 가능해야 한다는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합니다.

일본: 특허법 제36조의 ‘실시가능요건’과 함께, 청구항이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서포트 요건(Support Requirement)’을 통해 권리 범위를 통제합니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효과 달성 가능성 예상’ 기준은 미국과 유럽의 엄격한 태도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완화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5.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적용과 도전

바이오·제약: 기술의 예측 불가능성으로 인해 발명 완성을 입증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약리 데이터 등 구체적인 실험 데이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단순히 효과를 기대하는 것만으로는 완성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출원인은 대표적 실시예 확보, 작용 기전의 상세한 설명, 계층적 청구항 설계 등의 전략적 명세서 작성이 요구됩니다.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 AI 모델의 ‘블랙박스’ 특성은 전통적인 ‘재현성’ 요건에 새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특허청은 AI 심사 가이드라인을 통해 학습 모델의 구성, 학습 데이터의 특징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요구하여, 완벽한 재현보다는 기술의 이해와 구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또한 AI 기술의 발전은 ‘통상의 기술자’의 능력을 향상시켜 특허성 판단 기준 자체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특허 보호와 영업비밀(학습 데이터) 보호 사이의 딜레마를 심화시킵니다.

6. 결론 및 제언

대한민국의 미완성 발명 법리는 ‘발명의 성립성’이라는 독자적 체계를 기반으로 하며, 2017후523 판결을 통해 판단 기준이 완화되었습니다. 이는 국제 기준과 차이를 보여 글로벌 특허 전략 수립 시 고려가 필요합니다. 발명가와 실무가는 초기 명세서 작성 시 충실한 데이터와 기술 원리를 기재하고, 계층적 청구항을 설계해야 합니다. 정책적으로는 국제 기준과의 조화, 기술 분야별 심사 가이드라인의 구체화, 그리고 AI 시대의 ‘통상의 기술자’ 개념에 대한 선제적 연구가 요구됩니다.